한국MSD '키트루다®'[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미국 화이자(Pfizer)가 MSD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를 겨냥한 신계열 면역 항암제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개발에 도전한다.
화이자는 19일(현지 시간), 중국 3S바이오(3SBio)와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후보물질 'SSGJ-707'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약에 따라 화이자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SSGJ-707'에 대한 독점 권한을 확보했다. 3S바이오는 이에 대한 대가로 12억 5000만 달러(약 1조 7400억 원)의 계약금을 선지급받고, 향후 개발 성과에 따라 최대 48억 달러(약 6조 7000억 원)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선지급 계약금은 1억 달러(약 1400억 원) 안팎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화이자는 최대 지급 가능한 금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12억 5000만 달러를 선뜻 투자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는 3S바이오의 'SSGJ-707'가 현재 초특급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MSD의 '키트루다'를 능가할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면역 항암제 유망주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계열에 속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트루다'는 면역 반응을 저해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인 PD-1에 작용하여 면역 세포의 활성을 촉진하는 기전이다. 인체 내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인자를 이용하는터라, 다른 유형의 항암제 대비 부작용 및 내성의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약물이 그렇듯, '완벽한 치료제'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키트루다'의 한계도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미충족 의료 수요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키트루다'의 가장 큰 단점은 낮은 반응률이다. 면역관문 억제제를 통해 면역 세포의 억제 기전이 완화되더라도, 종양미세환경(TME)이라는 특유의 구조로 인해 면역 세포의 암세포 공격력을 직접적으로 강화할 수는 없다.
가령, '키트루다' 단독요법의 비소세포폐암(NSCLC)에 대한 반응률의 경우 35~40%이다. 유한양행의 3세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렉라자'(Leclaza, 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NSCLC 반응률이 70~8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따라서 업계는 '키트루다'와 같은 PD-1 면역관문 억제제의 반응률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는 궁합 약물 찾기에 나섰고, 현재 부상하고 있는 약물 계열이 바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 억제제다.
VEGF는 보통 신체 조직 주변에 혈관을 형성하여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능이지만, 암세포 역시 VEGF에 작용하여 혈관 생성을 촉진하여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도록 한다. VEGF 억제제는 VEGF을 억제하여 암세포의 자원 공급을 차단하는 기전이다.
특히 VEGF는 TME에서 암세포 주변에 신생 혈관을 대거 만들어 면역 세포들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는 만큼, 기존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에 VEGF 억제제를 더한다면 금상첨화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도출된 약물이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다.
다만 아직까지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약물은 개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터라, 구체적인 시장성을 예측한 보고서나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참고로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 중인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 약물은 총 26개인데 이 중 절반이 넘는 15개의 약물은 비임상 실험에서 평가되고 있다.
그럼에도 PD-1 면역관문 억제제와 VEGF 억제제 각각의 시장 규모 전망치를 단순하게 합산해 보면,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의 향후 시장 잠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시장조사 전문업체 모르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 기준, PD-1 면역관문 억제제와 VEGF 억제제의 오는 2030년 시장 규모는 각각 1200억 달러(한화 약 167조 원), 120억 달러(16조 700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두 시장의 단순 합산을 기준으로 추정할 경우, PD-1+VEGF 이중특이성 항체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경 약 1320억 달러(한화 약 18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