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자연살해(NK) 세포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좌절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재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박셀바이오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자사의 NK 세포 치료제 'Vax-NK·HCC'을 평가하는 임상 2a상 시험 계획(IND) 신청을 반려 받았다.
시험은 진행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Vax-NK·HCC'와 mFOLFIRINOX(옥살리플라틴+이리노테칸+류코보린+5-플루오로우라실)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Vax-NK·HCC'의 작용기전 및 췌장암의 특성을 반영한 효력시험과 용법용량에 대한 효과성의 검증이 미흡했다는 점이 IND 반려 사유였다.
박셀바이오는 "이번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 및 향후 계획을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그 사유를 보완하여 식약처로부터 적응증이 확대된 본 임상시험계획을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재신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 뿐만 아니라 해외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가미다 셀(Gamida Cell)은 지난 2021년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자사의 NK 세포 치료제 'GDA-201'의 1상 IND 신청에 보류를 통보받은 바 있다.
NK 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 시험이 번번이 좌절되는 이유는 약물 개발의 까다로움이 꼽힌다. NK 세포 특성 상 이를 바탕으로 제품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기 때문.
NK 세포 치료제, 대량 생산 어려워
NK 세포는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 혹은 인체에게 해로운 세포와 싸우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T 세포의 역할과 비슷해 보이지만, NK 세포는 T 세포와 달리 사전 민감화 작업 없이 기능 이상이 발생한 세포를 식별하고 제거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T 세포는 세포 표면의 주조직적합성복합체(MHC)를 통해 세포의 상태를 검사하고, 필요할 경우 해당 세포를 파괴한다. 하지만,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는 종종 표면의 MHC를 줄이거나 회피할 수 있도록 특정한 단백질을 발현하여 T 세포의 감시를 회피할 수 있다.
반면, NK 세포는 감염 세포 혹은 암 세포의 이러한 작용을 감지하여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다른 면역 세포들을 끌어모아 세포를 공격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NK 세포는 T 세포 기반 치료제 대비 더욱 우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차세대 면역 치료제로 주목 받고 있다.
업계는 치료제 개발 전략으로 NK 세포의 체내 활성을 인위적으로 증강할 수 있는 면역 조절제 용법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용법은 NK 세포의 활성 뿐만 아니라 과도한 면역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현재 치료제 개발 방법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는 추세다.
주로 활용되는 접근법은 NK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여 활성도를 높이는 것이다. 기증자 또는 환자에서 유래된 NK 세포를 분리, 확장하여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CAR-T 세포와 마찬가지로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NK 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①먼저 NK 세포를 수집하고 ②전문 제조시설에서 NK 세포를 배양한 다음 ③세포의 품질과 순도를 엄격하게 검사하고 ④투약을 위해 치료 시설로 다시 배송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런 모든 과정을 거쳐 환자에게 최종 투약을 하기까지는 보통 3주에서 5주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a상 IND 반려는 일시적인 실수일까?
이에 박셀바이오는 치료제 배양 기간을 대폭 단축시킨 독점 기술을 개발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배양 보조 세포를 활용하여 빠른 시간 내에 90%의 순도를 유지하면서 1000배 이상 NK 세포를 증폭시킬 수 있다.
박셀바이오의 'Vax-NK·HCC'는 이러한 기술을 통해 개발된 NK 세포 치료제다. 'Vax-NK·HCC'는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의 냉동 보관이 가능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줄일 수 있고, 세포 증식과 분화를 촉진하는 사이토카인 단백질을 활용하여 높은 생산 효율을 얻게 되어 그동안 일부 제조가 어려웠던 환자에서도 더 수월하게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번 'Vax-NK·HCC'의 임상 2a상 추진 계획이 좌절되면서 해당 기술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현재 간세포암에서 'Vax-NK·HCC'을 평가하는 또 다른 임상 2a상 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번 임상 반려 건은 일시적인 실수로 해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