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비오 [사진=안텐진 홈페이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혈액암 치료제 '셀리넥서(selinexor)'를 스테로이드제인 '덱사메타손(dexamethasone)' 및 항체치료제 '다라투무맙(daratumumab)'과 함께 쓰는 3제 병용요법이 면역글로불린 경쇄(AL) 심장 아밀로이드증 환자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는 임상 2상이 중국에서 시작됐다.
셀리넥서는 중국 '안텐진(Antengene)'이 아시아 판권을 보유한 '엑스포비오(XPOVIO)'의 성분명이고, 다라투무맙은 얀센(Janssen)의 '다잘렉스(DARZALEX)' 성분명이다. 덱사메타손은 머크(Merck)가 개발한 '데카드론(Decadron)'의 성분명으로, 특허가 만료된 이후 여러 제네릭 의약품이 출시돼 있다.
이 3개 약물의 조합은 2024년 환자 2명에 대한 증례 보고로 AL 심장 아밀로이드증에서 치료 반응이 처음 보고됐다. 여러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中 안전병원, 아밀로이드 침착 환자 대상 임상
본지 취재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안전병원(Anzhen Hospital)은 지난 7월 진행성 AL 심장 아밀로이드증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셀리넥서·다라투무맙·덱사메타손 3제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전향적·다기관 임상 2상에 착수했다. 연구 종료일은 2028년 6월로 예정됐다.
이번 임상은 단일군·공개 설계다. 참여 환자는 주마다 한 번 셀리넥서 40mg을 복용하고 덱사메타손 20~40mg을 투여받는다. 다라투무맙 1800mg 피하주사도 함께 맞는데, 처음 8주는 주마다 맞고 이후 2주, 4주로 간격을 늘린다. 1차 평가변수는 치료 종료 시점인 1년까지의 혈액학적 완전관해율이다. 2차 평가변수는 심장 반응률, 생존기간, 안전성 등이다.
AL 아밀로이드증은 형질세포가 만든 비정상 경쇄 단백질이 잘못 접혀 아밀로이드를 형성하고, 이 아밀로이드가 심장·신장 등 여러 장기에 쌓이는 질환이다. 이 가운데 심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였는지 여부가 환자 예후를 가르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임상에는 심장에 아밀로이드가 쌓인 것으로 확인된 환자만 참여한다.
동일 조합 약물, 환자 2명에서 반응 확인
엑스포비오는 현재 국내외를 통틀어 AL 아밀로이드증 관련 적응증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앞서 나온 개별 환자에 대한 증례 보고는 고무적이다. 2021년 미국 보스턴대 의대 아밀로이드증센터(Amyloidosis Center, Boston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연구진은 AL 아밀로이드증 재발 환자에게 셀리넥서와 덱사메타손을 함께 투여한 첫 증례를 보고한 바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이 환자는 두 약물을 3주기 투여한 뒤 AL 아밀로이드증을 일으키는 물질인 '비정상 경쇄 단백질' 혈중 수치(dFLC)가 38% 줄고, 소변 단백도 절반 넘게 감소했다. 소변 단백은 아밀로이드가 신장에 쌓여 콩팥이 손상되면 늘어나는 지표로, 줄었다는 것은 신장 기능이 나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다만 미국 연구진의 증례는 셀리넥서와 덱사메타손만을 투약한 2제 병용요법이었다.
이번 임상과 같은 3제 조합에 대한 증례는 2024년 중국 화중과기대 퉁지병원(Tongji Hospital, Huazh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연구진이 보고한 내용이다. 당시 증례 환자는 재발 환자와 새로 진단받은 환자 각각 1명이었으며 모두 심각한 이상반응 없이 비정상 경쇄 수치가 줄고 장기 기능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새로 진단받은 환자는 투여 2주기 만에 dFLC가 236.2mg/L에서 39.4mg/L로 줄었고, 6개월 안에 심실중격 두께도 15% 넘게 감소했다. 심실중격은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에 있는 벽으로, 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두꺼워진다.
당시 퉁지병원 연구진은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베이징 안전병원이 착수한 임상은 환자 63명에게 같은 조합을 투여해 효과를 평가하는 만큼 3제 조합에 대한 임상 근거를 한층 구체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임상에는 새로 진단받은 환자와 재발·불응성 환자가 함께 참여한다. 이 가운데 재발·불응성 환자는 아직 국내외 모두 정해진 표준 치료가 없다.
보령, 올해 국내 독점권 확보
엑스포비오는 미국 '카리오팜 테라퓨틱스(Karyopharm Therapeutics)'가 개발한 약물로 아시아 지역 상업화는 중국 '안텐진(Antengene)'이 맡고 있다. 보령은 지난 3월 안텐진과 엑스포비오의 국내 판권·유통권·허가권 등 독점적 권리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현재 엑스포비오가 국내에서 허가받은 적응증은 '다발골수종'과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이다. 이 가운데 다발골수종 치료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한편 이번 임상은 대조군 없이 참여 환자 모두가 같은 치료를 받는 단일군 설계로, 기존 치료와 효과를 직접 비교하려면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