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ITM이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후보 'ITM-11'의 미국 신약허가신청(NDA) 접수 당시 공개한 자료 이미지. ITM-11은 최근 제조·생산시설 문제로 FDA로부터 완결응답서한(CRL)을 받았다. [사진=ITM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독일 방사성의약품 기업 ITM의 위장췌장 신경내분비종양(GEP-NET) 치료제 후보 '루테튬-177 에도트레오타이드(¹⁷⁷Lu-edotreotide, ITM-11)'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문턱에서 제동이 걸렸다.
FDA가 당초 설정한 처방의약품사용자수수료법(PDUFA) 심사 목표일은 오는 8월 28일이었다. 그러나 심사기한을 약 3주 앞두고 제조·생산시설 문제로 CRL이 발송되면서 허가 일정은 미뤄지게 됐다.
ITM은 지난 7일(현지시간) FDA로부터 ITM-11의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았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FDA는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승인할 수 없다며 화학·제조·품질관리(CMC)와 제3자 상업 생산시설 관련 문제를 지적했다.
FDA는 ITM-11의 임상·비임상 자료나 안전성 프로파일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추가 임상 또는 비임상 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 ITM은 FDA의 지적사항을 검토한 뒤 관련 외부 협력사와 보완 작업을 진행해 NDA를 재제출할 계획이다.
ITM-11은 치료용 베타선 방출 동위원소인 루테튬-177과 신경내분비종양 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소마토스타틴수용체(SSTR)를 인식하는 에도트레오타이드를 결합한 표적 방사성의약품이다. SSTR을 발현하는 종양세포에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전달해 암세포를 손상시키는 방식이다.
3상서 질병 진행·사망 위험 33% 낮춰
허가 신청의 근거가 된 COMPETE 3상은 수술이 불가능하고 진행성인 1·2등급 SSTR 양성 GEP-NET 환자 30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ITM-11 또는 노바티스의 표적항암제 '아피니토(Afinitor, 에베로리무스)'를 투여받았다.
중앙 무진행생존기간(PFS)은 ITM-11군 23.9개월, 에베로리무스군 14.1개월이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ITM-11군에서 33% 낮았으며 위험비(HR)는 0.67, 95% 신뢰구간은 0.48~0.95였다.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p=0.022).
객관적반응률(ORR)은 ITM-11군 22%, 에베로리무스군 4%로 차이를 보였다. 반면 전체생존기간(OS) 중간 분석에서는 ITM-11군 63.4개월, 에베로리무스군 58.7개월로 수치상 차이는 있었지만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안전성에서도 새로운 이상 신호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가 공개한 COMPETE 자료에 따르면 치료제와 관련된 치료 후 이상사례 발생률은 ITM-11군 82.5%, 에베로리무스군 97.0%였다. ITM-11군에서는 약물과 관련된 2등급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중대한 이상사례 1건이 보고됐다.
앤드루 케이비(Andrew Cavey) ITM 최고경영자는 "ITM-11의 치료 잠재력에 대한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FDA와 협력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CRL에서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승인되면 노바티스 '루타테라'와 경쟁
ITM-11이 FDA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 GEP-NET 시장에서는 노바티스의 '루타테라(Lutathera, lutetium Lu 177 dotatate)'와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
루타테라도 루테튬-177을 이용해 SSTR 양성 종양을 겨냥하는 펩타이드수용체 방사성핵종치료제(PRRT)다. FDA는 2018년 성인 SSTR 양성 GEP-NET 치료제로 루타테라를 승인했고, 2024년에는 12세 이상 소아·청소년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루타테라의 허가 근거가 된 NETTER-1 3상에서는 진행성 SSTR 양성 중장 신경내분비종양 환자 229명이 루타테라와 옥트레오타이드 병용요법 또는 고용량 옥트레오타이드를 투여받았다. 루타테라 투여군은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대조군보다 79% 낮췄으며, 위험비는 0.21이었다. 객관적반응률은 루타테라군 13%, 대조군 4%였다.
최종 전체생존기간 분석에서는 루타테라군의 중앙 OS가 48.0개월, 대조군이 36.3개월로 11.7개월 차이를 보였지만 통계적 유의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ITM-11과 루타테라는 모두 루테튬-177과 SSTR 표적 분자를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약물의 3상 결과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ITM-11의 COMPETE는 GEP-NET 환자에서 에베로리무스를 대조군으로 사용한 반면, 루타테라의 NETTER-1은 중장 신경내분비종양 환자에서 고용량 옥트레오타이드를 대조군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ITM-11이 최종 허가를 받으면 같은 SSTR 양성 GEP-NET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루테튬-177 기반 방사성의약품 선택지가 추가되는 만큼 노바티스가 선점한 시장에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임상 아닌 제조 문제가 허가 발목
이번 CRL은 ITM-11의 임상적 유효성이나 안전성보다 제조와 생산시설 문제가 FDA 승인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향후 보완 과정이 관심을 끈다.
FDA가 추가 임상시험이나 비임상시험을 요구하지 않은 만큼 ITM은 CMC와 제3자 상업 생산시설 관련 지적을 해소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FDA와 협의해 보완 방안을 마련한 뒤 NDA를 다시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ITM은 ITM-11을 보다 공격적인 2·3등급 SSTR 양성 GEP-NET 환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3상 'COMPOSE'에서도 평가하고 있다.
[용어설명]
소마토스타틴수용체(SSTR): 소마토스타틴수용체(SSTR, somatostatin receptor)는 우리 몸의 호르몬인 소마토스타틴이 결합하는 세포 표면 단백질이다. SSTR1부터 SSTR5까지 여러 아형이 있으며, 신경내분비종양에서는 특히 SSTR2가 종양세포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이 특성 때문에 SSTR은 신경내분비종양의 진단과 치료 표적으로 활용된다. SSTR에 결합하는 펩타이드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이면 종양세포를 찾아가 방사선을 전달할 수 있다. ITM-11과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표적 방사성의약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