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Biogen)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Spinraza)'[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30일(현지시간), 바이오젠(Biogen)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Spinraza, 성분명: 뉴시너센나트륨·nusinersen sodium)'의 고용량 요법을 승인했다. 2016년 최초 FDA 승인 이후 약 10년 만에 나온 용량 업그레이드다.
◆ 50mg 2회 먼저 맞고 4개월마다 28mg … 초기 투여 횟수 절반으로 줄여
새로 승인된 고용량 요법은 14일 간격으로 50mg을 2회 먼저 투여해 체내 약물 농도를 빠르게 끌어올린 뒤, 이후 4개월마다 28mg씩을 투여하는 방식이다. 기존 표준용량 요법(12mg을 4회 투여 후 4개월마다 유지)과 비교해 초기 투여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면서도 더 높은 약물 농도를 전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특징이다.
◆ DEVOTE 임상서 NfL 수치 93% 감소 … 신경 퇴행 억제 효과 확인
이번 승인은 임상 2/3상 DEVOTE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치료 경험이 없는 증상성 영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고용량 스핀라자 투여군은 미치료 대조군 대비 운동 기능 지표(CHOP-INTEND)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신경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바이오마커인 혈장 신경미세섬유 경쇄(NfL,Neurofilament Light chain) 수치는 기저치 대비 93% 감소했다.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 트레이시 베스 회그(Tracy Beth Hoeg) 센터장 직무대행은 "10년 가까이의 실사용 데이터가 뒷받침된 치료제의 용량을 최적화함으로써 척수성근위축증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선택지를 제공하게 됐다"고 밝혔다.
FDA가 자사의 척수성근위축증(SMA) 치료제 '스핀라자' 고용량 요법을 승인했음을 알리는 바이오젠 공식 페이지승인 소식을 접한 '바이오젠' 스테파니 프라데트(Stephanie Fradette) 신경근육 개발 총괄은 "고용량 스핀라자는 SMA 환자 커뮤니티의 지속적인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더 높은 약물 농도를 더 빠르게 전달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임상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비에바허(Chris Viehbacher) 바이오젠 CEO도 "고용량 승인은 SMA 사업을 재활성화하는 중요한 전기(轉機)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SMA, 신생아 6000~1만 명당 1명 발병…1형 환자, 치료 못하면 만 2세 전 사망
척수성근위축증은 SMN1 유전자 변이로 인해 운동 신경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SMN 단백질이 결핍되는 희귀 유전 질환이다. 근육 약화와 위축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며, 가장 중증인 1형 환자는 치료받지 않을 경우 대부분 만 2세 이전에 호흡 부전으로 사망한다. 발병률은 신생아 6000~1만 명당 1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는 발병률 기준 수백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후발주자 공세에 최근 매출 하락, 고용량 승인 추진으로 이어져
스핀라자는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에 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약물이다. 2016년 12월, 당시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던 척수성근위축증의 첫 번째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으며 "기적의 약"이라는 평가와 함께 세계 희귀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로슈(Roche)의 경구용 치료제 '에브리스디(Evrysdi, 성분명: 리스디플람·risdiplam)'와 '노바티스(Novartis)'의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Zolgensma, 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onasemnogene abeparvovec)' 등 후발 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졌다.
바이오젠의 연간 실적 발표에 따르면, 스핀라자의 매출은 2019년 약 21억 달러(한화 약 3조 원)에서 지난해 15억5000만 달러(한화 약 2조2000억 원) 수준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바이오젠이 이번 고용량 요법 개발에 공을 들인 배경이다.
◆ 지난해 9월 한 차례 고배 후, 반년만에 승인 획득
이번 고용량 승인까지는 한 차례 고배가 있었다. FDA는 지난해 9월 '알테오젠'의 고용량 스핀라자 승인 신청에 대해 보완 요청서를 발송하며 승인을 거절했다. 약의 효능이나 안전성 데이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발목을 잡은 건 제조 공정 관련 서류였다. 바이오젠은 보완 자료를 갖춰 바로 재신청에 나섰고, 6개월여 만에 최종 승인에 성공했다.
◆ 일본 2025년 하반기, EU 2026년 1월 이미 고용량 요법 허가
고용량 스핀라자는 이번 FDA 승인에 앞서 이미 여러 국가의 규제 기관 허가를 받았다. 일본이 지난해 하반기 가장 먼저 고용량 요법을 허가했고, 이어 유럽연합(EU)이 지난 1월 12일 유럽의약청(EMA) 산하 유럽집행위원회(EC)의 정식 승인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