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원. /사진=KLPGA
[Asports뉴스] 주지혜 기자 = ‘봄의 여왕’ 이예원(23·메디힐)이 11월에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정규투어 통산 10승 가운데 8승을 3~5월에 거뒀던 이예원은 제주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달성하며 하반기 약세를 떨쳐냈다.
이예원은 지난 1일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 레이크·파인 코스(파72·6924야드)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20회 S-OIL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해 1언더파 71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준우승자 문정민(9언더파 279타)을 3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4월 제2회 덕신EPC 챔피언십 이후 시즌 2승이자 KLPGA 정규투어 통산 11승이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획득하면서 통산 상금도 51억4890만9769원으로 늘었다.
이예원은 우승 직후 “최근 경기력이 조금씩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렇게 제주도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3년 만의 가을 우승…“조급해하지 않고 기회 기다렸다”
이예원에게 하반기 우승은 시즌 초부터 세운 목표였다. 2024년과 2025년 각각 3승을 기록했지만 우승 시기가 상반기에 집중되면서 시즌 후반 성적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가을 대회 우승은 2023년 제23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3년 만이다.
올해도 4월 일찌감치 첫 승을 신고했다. 이후 우승 기회를 잡고도 정상에 오르지 못하는 대회가 거듭됐다. 그러나 과거처럼 결과를 의식하며 서두르지는 않았다. 샷 감각과 컨디션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이예원은 “이전 대회에서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우승하지 못해 아쉬움은 있었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가을 우승을 향한 의지는 분명했다. 그는 “지난해와 재작년에 모두 3승씩 기록했지만 시즌 마무리는 항상 아쉬웠다”며 “그래서 올해는 꼭 하반기에 우승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예원은 10월 출전한 세 차례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하반기에도 경기 감각을 유지했고, 정규투어 최종전을 한 주 앞둔 제주에서 기다리던 두 번째 우승을 수확했다.
◇강풍 속 역전승…2번 홀 버디가 승부의 출발점
최종 라운드는 쉽지 않았다. 제주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면서 선수들이 타수를 지키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최종일 경기에 나선 68명 가운데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4명에 불과했다.
이예원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이지현3에게 1타 뒤진 2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했다. 선두를 추격해야 했지만 무리하게 공격하기 어려운 날씨였다.
승부의 전환점은 2번 홀(파4)이었다. 두 번째 샷이 그린 가장자리 프린지에 떨어졌지만 약 5.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이어 8번 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을 홀 약 1m에 붙인 뒤 버디를 추가했다.
전반에 두 타를 줄인 이예원은 후반에도 안정적인 경기를 펼쳤다. 12번 홀(파3)에서 약 1.3m 파 퍼트가 빗나가며 보기를 기록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나머지 홀을 마쳤다. 경쟁자들이 강풍에 타수를 잃는 사이 이예원은 선두를 지켜냈다.
이예원은 “오늘은 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었기 때문에 초반에 흐름을 잘못 잡으면 순식간에 타수를 잃을 수 있는 날씨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2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초반 경기 운영을 우승의 핵심으로 꼽았다.
한 타의 실수가 순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했다. 같은 조 선수들이 타수를 잃고 있었지만 자신에게도 충분히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매 홀 신중하게 경기했다.
이예원은 “짧은 퍼트 하나를 할 때도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고 매 홀 방심하지 않으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예원. /사진=KLPGA
◇유산소에서 근력 운동으로…시즌 막판 미스샷 감소
이예원이 꼽은 경기력 개선의 또 다른 이유는 체력 훈련이다.
기존 전지훈련에서는 유산소 운동 비중이 높았다. 올해를 준비하면서는 근력 운동에 집중했다. 시즌 중에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짧은 회복 운동을 하거나 일정에 여유가 생길 때 트레이닝 센터를 방문했다.
훈련 방식의 변화는 시즌 후반에 효과를 냈다. 체력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던 고질적인 미스샷이 감소했고, 장기간 대회를 소화하는 부담도 줄었다.
이예원은 “체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던 고질적인 미스 샷이 올해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체력 보강은 제주 강풍 속 경기 운영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바람에 따라 클럽 선택과 샷의 강도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안정적인 스윙을 유지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예원은 지난해와 비교해 시즌 막바지에도 경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수월해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러 대회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한 데에도 체력 향상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개인 타이틀보다 하반기 우승…목표 조정이 만든 성과
이예원은 시즌 초 개인 타이틀 획득도 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중반 이후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으면서 경쟁 선수들과 격차가 벌어졌다.
목표를 수정한 시점부터 하반기 우승에 집중했다. 상금왕이나 대상 등 개인 타이틀 순위를 계속 의식하기보다는 남은 대회에서 경기력을 회복하고 우승 기회를 잡는 데 중점을 뒀다.
올해 KLPGA 정규투어에서는 서교림이 4승, 김민솔이 3승을 기록했고 김효주, 김민선7, 유현조도 2승씩을 거뒀다. 이예원은 시즌 여섯 번째 다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상금과 대상포인트 순위도 상승했다. 우승상금 1억8000만원을 추가한 이예원의 시즌 누적 상금은 9억3406만98원으로 늘었다. 상금 순위는 5위에서 4위로 올랐으며 웰컴저축은행 대상포인트는 440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예원은 개인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즌 중반 이후에는 하반기 우승을 더 중요한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통산 상금 51억4890만원…역대 7번째 ‘50억 클럽’
제주 우승으로 의미 있는 누적 기록도 작성했다.
이예원은 KLPGA 정규투어 역대 일곱 번째로 통산 상금 50억원을 돌파했다. 박민지, 장하나, 박지영, 이다연, 박현경, 김수지에 이어 기록을 달성했다.
2022년 정규투어에 데뷔한 뒤 5시즌 만에 이룬 성과다. 2023년 첫 우승 이후 꾸준히 승수를 쌓았고, 올해 11승 고지에 오르면서 누적 상금도 51억원을 돌파했다.
이예원은 상금 기록에 대해 예상하지 못한 성과였다고 밝혔다. 누적 상금 50억원을 목표로 대회에 출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데뷔 이후 기록이 쌓인 사실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우승을 기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대회에서 김민솔은 최종 합계 3언더파 285타로 공동 12위를 기록했다. 시즌 누적 상금은 16억181만9428원으로 늘어 KLPGA 투어 최초로 단일 시즌 상금 16억원을 돌파했다.
이예원. /사진=KLPGA
◇최종전 앞둔 이예원…가을 우승으로 확인한 자신감
KLPGA 투어는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경기 파주시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시즌 최종전인 대보 하우스디 챔피언십을 개최한다.
이예원은 최종전을 앞두고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상금 순위와 대상포인트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남은 대회에서 개인 타이틀 경쟁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는 자신의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 우승이 갖는 의미는 통산 11승이라는 숫자에만 있지 않다.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시즌 후반 경기력을 회복했고, 강화한 근력 훈련의 효과도 확인했다. 우승을 놓친 뒤 조급해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 심리적인 안정도 성과로 나타났다.
이예원은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이렇게 우승을 차지하게 돼 더욱 뜻깊고,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한 해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봄에 강했던 이예원이 가을에도 정상에 올랐다. 2026시즌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거둔 우승은 이예원에게 새로운 자신감을 안겼다.
jihye@asports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