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인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환자 4명이 잇따라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장기간 격리와 강박, 의료진 부재, 통신 제한 등 심각한 인권침해 정황까지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6일 병원장을 업무상과실치사·감금·무면허 의료행위 지시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했고, 경찰도 병원을 압수수색했다.
인권위가 공개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적장애와 조현병이 있는 한 환자는 다른 환자의 음식을 빼앗아 먹는다는 이유로 외부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서 약 325일 동안 생활했다. 이 환자는 지난 2월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질식으로 숨졌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또 다른 환자는 다른 환자의 커피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200일 동안 잠금장치가 설치된 병실에 격리됐다. 의사지시서와 간호일지, 격리·강박 기록도 작성되지 않았다. 환자가 다른 사람이나 자신을 해쳤다는 진술도 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격리와 강박은 정신의료 현장에서 환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조치다. 환자의 신체를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만큼 전문의의 판단과 지시, 지속적인 관찰과 기록이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병원은 의사의 지시 없이 간호조무사와 보호사가 환자를 격리하거나 강박한 사례가 확인됐다. 다른 입원환자를 동원해 환자의 몸을 제압하거나 결박하게 한 일까지 벌어졌다.
의료인력 운영은 더 심각했다. 인권위 조사 당시 일부 병동은 하루 종일 병원 직원이 배치되지 않았고, 매일 밤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는 간호조무사 1명과 보호사 1명이 병원 전체를 관리했다. 그런 사이 일부 환자는 의료인이 없는 시간대나 직원이 배치되지 않은 병동에서 심정지·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결과는 끔찍했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이 병원에서 응급 이송된 환자 7명 가운데 4명이 숨졌다. 사망 원인은 외상성경막하출혈, 질식, 위장관출혈 의증, 음식물 기도폐쇄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 등으로 확인되거나 추정됐다.
정신의료기관에 입원한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와 처우를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폐쇄병동은 휴대전화와 외부 연락까지 제한돼 병원 내부의 문제를 스스로 드러내기 더욱 어렵다. 실제 이 병원은 8개 폐쇄병동 가운데 절반만 공중전화를 설치하고 환자의 휴대전화 소지를 전면 금지했으며, 전화 사용도 주 1회로 제한했다.
인권위는 부실한 식사 제공과 서신 발송 제한에 관한 진정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7월 병원을 불시에 방문했다가 병실 잠금장치와 환자 강박 등을 발견했다. 이후 직권조사로 확대하면서 사망 사건과 의료인력 공백, 장기 격리, 통신 제한이 잇따라 확인됐다. 평소 감독체계에서 걸러내지 못했던 문제가 불시조사를 계기로 한꺼번에 드러난 셈이다.
환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할 병원이 이 지경이라면 이는 더 이상 의료기관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형장에 가깝다. 경찰이 해당 병원을 압수수색했다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나겠지만, 정부와 지자체도 전국 정신의료기관의 운영 실태를 다시 점검하고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장기간 격리되는 환자에 대해 외부기관이 자동으로 개입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허술한 인권보호시스템과 부실한 관리감독체계가 맞물려 빚은 참극이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