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 청구 시스템에서 전자문서교환방식(EDI)이 도입 3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6년 종이 문서 시대를 끝내고 디지털 청구의 서막을 열었던 EDI의 종료는, 단순히 특정 전산망의 폐기를 넘어 대한민국 의료 행정이 진정한 '데이터 자립'과 '무상 행정 서비스' 시대로 진입했음을 상징한다.
과거 EDI는 요양기관의 98.0%가 이용할 만큼 압도적인 시스템이었으나, 민간 통신사의 망을 이용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 탓에 매달 적지 않은 통신료를 부담해야 했다. 이후 심평원은 2011년 자체 청구포털을 개발, '행정 서비스의 무상화'를 선언했는데, 초기만 해도 '과연 전환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지금 심평원 포털의 이용률은 무려 98.7%라는 경이적인 수치로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EDI 종료가 시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의료 정보의 보안성 및 공공성 강화'다. 국가 의료 데이터의 핵심인 진료비 청구 데이터가 민간 중계망을 거치지 않고 국가 기관으로 직접 송수신됨으로써 데이터 주권을 확고히 했다. 둘째는 '현장 중심의 규제 혁신'이다. 경영 악화와 장비 노후화로 서비스 질이 떨어진 민간 서비스를 과감히 정리하고, 요양기관의 비용 부담을 없앤 자체 시스템으로 일원화한 것은 공공기관 행정 서비스의 모범 사례라 할 만하다.
그렇다고 시스템의 통합이 곧 혁신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청구포털'이라는 단일 고속도로가 뚫린 만큼, 심평원은 이를 통해 오가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의료 현장에 다시 '가치 있는 정보'로 되돌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청구와 심사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병원이 스스로 의료의 질을 관리하도록 돕는 '지능형 행정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
30년 전 종이 뭉치를 대신했던 EDI의 열정이 이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청구 포털로 재탄생했다. 구시대의 유물을 과감히 걷어낸 자리에, 의료진의 편의와 국민의 건강권이 더 촘촘하게 연계된 진정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미래가 세워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