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 "극한의 비용절감 중, 새로운 게임은 글로벌로, 뉴 게임은 부정적 BM 탈피"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여러 문제점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인식 중...긍정적
윗 자리에 참신한 개발 수장 필요...M&A는 창의성 부여해 줄 게임사여야

지난 28일 주총장에서 엔씨소프트 박병무 대표이사 내정자.
지난 28일 주총장에서 엔씨소프트 박병무 대표이사 내정자.

[포인트데일리 김국헌 기자] 엔씨소프트가 지난 28일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김택진 대표(TJ)는 미국 구글 관련 사업 이유로 주총에 불참했다. 이에 따라 박병무 기타사외이사(BM) 겸 공동대표 내정자가 의장 역할을 대리하며 주총을 진행했다. 

박병무 대표는 이 날 꽤나 진정성 있는 발언들로 주주들의 열띈 질문에 답했다. 가장 중대한 메세지는 "변화"였다. 


박 대표 "극한의 비용절감 중, 새로운 게임은 글로벌로, 뉴 게임은 부정적 BM 탈피"


박 대표가 주총에서 강조한 변화의 핵심은 네가지다. △글로벌라이제이션 기반 구축 △경영 내실화를 위한 효율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 구축 △새로운 IP를 늘려나갈 수 있는 M&A와 지속적인 투자다. 

이 중에서 글로벌라이제이션 기반 구축의 의미는 쉽게 말해 글로벌 게임을 대거 출시한다는 얘기다. 

박 대표는 "변화를 위한 혁신은 이미 시작했다"라며 "모든 임직원이 서로 상호보완하는 '원팀'(one team)으로, 공통된 목표를 향해 집중하겠다"며 "한편으론 올해가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의 원년이라고 감히 말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하지 않았던 장르를 대거 출시하고, 모든 것을 국내 위주가 아닌 글로벌 위주로 선보인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김택진 대표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로벌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실제 글로벌라이제이션 기반 구축을 위해 김택진 대표도 뛰고 있다. 김택진 대표는 한국 기준 3월 27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로 날아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마크 로메이어(Mark Lohmeyer) 구글 클라우드 AI 및 머신러닝 인프라 부문 부사장 등 양사간 협업 분야 대표 임원진이 만났다. 양사는 클라우드와 AI 분야의 글로벌 협업 영역 확대를 목표로 논의를 진행했고, AI, 클라우드 및 생산성에 대한 중장기 협업 모델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런 글로벌 협력 강화를 김택진 대표가 중심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내실화를 위한 효율화 및 새로운 IP를 늘려나갈 수 있는 M&A와 지속적인 투자 등의 항목은 박병무 대표의 몫이다.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엔씨소프트는 경영내실화를 위해 극한의 비용 절감에 들어간 상태다. 박 대표는 "비용 줄이기를 위해 박병무 내정자 지휘 아래 마른 수건까지 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매출이 유지되고 올라가도, 지금 비용구조는 지속가능성에 의문 제기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5000명에 달하는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여러 차례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밖에 마케팅, 홍보, 사회공헌 등 모든 비용들은 향후 대폭 줄여나갈 공산이 크다.  

박 대표는 "먼저 기존 IP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IP를 발굴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당연히 새로운 게임을 내 새로운 유저를 확보하고, 기존 유저 서비스를 공고히 할 것이다. 올해 하반기 관련 확장 계획이 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장르와 지역 확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일정에 맞춰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박 대표는 엔씨소프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극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쉬움과 섭섭함도 토로했다. 아무리 잘해도 극성적인 '억까'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원론적이었다. '새로운 게임' 출시다.

박 대표는 "엔씨가 게임업계에서 스트리머 사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며 " 그래서 '대내외적인 도전'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직접적인 대응을 하면 좋겠지만, 우리는 게임사로서 새로운 장르와 새로운 세대에 맞는 게임을 성공적으로 내는 게 가장 좋은 대응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또 "몇몇 유튜버 반응이 너무 지나치게 과도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조롱을 받으면서도 유저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표는 "올해를 기점으로 나오는 것들은 부정적인 BM(비즈니스 모델)이나 부정적인 여론에서 탈피한 게임들이 쭉 나올 예정으로 앞으로 출시하는 배틀크러쉬, BSS, 프로젝트 G, LLL 등 모두 리니지와 상관없는 게임"이라며 "성공여부는 감히 말하지 못하지만, 엔씨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달라. 한번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아마 확률형 아이템이 거의 없다"고도 했다. 경우에 따라 있다고 해도,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박 대표의 입장이다. 

박 대표는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기존 라이브 게임들에 대한 대책도 얘기했다. 그는 "라이브 게임 매출이 방어되어야 한다. 라이브 게임 매출이 무너지면 무엇을 해도 근본이 무너지게 된다. 그래서 라이브 게임 매출 방어에 대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또 새로운 게임들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이 거의 없이 출시될 테지만 기존 게임들에 존재하는 확률형 아이템들의 경우 여러 게임 밸런스를 위해 없앨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즉, 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기존 게임의 경우 매출 방어를 위해 새로운 것들을 도입하지만 BM구조는 유지하고, 앞으로 부정적인 BM에서 탈피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는 등 이원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표의 중대 역할은 또 있다. 바로 M&A다. 그는 "작년부터 M&A를 한다고 했는데 언제 하냐고 질문이 나올 수 있다. 최근 크래프톤은 350개 회사를 봤다고 하는데, 나도 그 고충을 충분히 공감한다. 우리도 크래프톤처럼 국내외 게임사를 많이 보고 있다. 얼마면 팔겠다는 제안도 있었다"며 "우리는 그게 회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를 본다. 주주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거래 조건으로 딜을 성사하는 게 올해 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M&A가 게임사가 될지, 게임이 아닌 다른 신사업 영역이 될 지는 밝히지 않았다. 


윗 자리에 참신한 개발 수장 필요...M&A는 창의성 부여해 줄 게임사여야


내부에서는 극한의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화, 외부에서는 착해진 BM구조의 새로운 게임 출시 및 글로벌 시장 공략 강화 및 M&A 등이 박 대표가 말하는 엔씨소프트의 굵직한 변화들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박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여러 문제점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방향성도 꽤나 합리적이라고 보지만 이런 변화들로 엔씨소프트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 개발력인데 엔씨소프트의 경우 회사의 개발력을 총동원했던 TL마저 게임성에서 좋은 평가를 받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에 능력있는 개발인재들이 많은 만큼 박 대표가 말하는 변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혹시 모를 일이다. 

추가로 조언하고 싶은 바는 변화를 원한다면 새로운 인물을 윗 자리에 세우라는 것이다. 리니지M 시리즈 개발을 주도해 대성공을 거둔 이성구 그룹장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는데 이런 인물은 기존 게임들만 총괄하도록 두고, 스마일게이트 금강선 같은 참신한 인물을 앞으로 출시한 새로운 게임들의 개발 수장으로 두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제발 리니지 개발인재들은 리니지만 개발하도록 두라. 새로운 게임개발은 새로운 인물이 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라. 엔씨소프트 수많은 개발인력들이 마음껏 창의적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 주는게 엔씨소프트의 가장 큰 절대과제다. 

박병무 대표에게 추가적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M&A의 방향성이다. 넷마블처럼 정수기 회사를 인수하는 식의 M&A는 반대한다. 게임사인 만큼 게임사를 인수하는 방향이 맞다. 참신한 인디 개발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현재 엔씨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부여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하라. 넥슨의 M&A 행보를 벤치마킹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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