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먹방 전성시대다. 음식을 소재로 한 TV 프로그램도 많거니와 유튜브에서 먹방을 소재로 한 영상도 차고 넘친다. 맛있게 먹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입에서 침이 흐르고 괜히 부엌에 가 냉장고나 찬장을 열게 된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함께 야식 먹방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현대인의 생활 습관으로 만들어진 야식 증후군
안 좋은 것은 알지만 끊을 수 없는 마성의 마력, 대체 ‘야식’이란 무엇일까. 밤에 먹는 모든 음식? 저녁을 먹은 뒤 무겁게 또 다시 먹는 음식? 아니면 늦은 밤(예를 들면 밤 10시 이후!)에 먹는 음식? 정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먹는 사람은 본능적으로 안다. 내가 지금 먹는 이 음식이 야식인지, 아닌지.
하지만 정의는 따로 있다. 대략 오후 7시~8시 30분 이후에 1일 총 섭취열량의 25~50% 이상 음식물을 섭취하는 행위를 ‘야식’이라고 한다. 해외에서 내린 정의지만 어느 정도 납득도 간다. 태양이 하늘에 떠 있던 시간에 따라 일하는 시간을 결정했던 먼 옛날이라면 해가 질 무렵 저녁 식사를 하고 잠들었겠지만, 현대는 각종 에너지를 이용해 밤의 어둠을 쫓아내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인간이 더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활동에 따른 에너지를 섭취해야 한다. 오후 7시~8시 30분 이후의 식사(=야식)는 밤에 활동하게 된 현대인의 특성인 셈이다.
현대인의 특성이라지만 이 야식을 반복하는 것은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1955년 알버트 스툰커드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는 ‘아침에 식욕이 없고, 밤에 야식을 찾으면서, 잠을 못 자는 행동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증세’를 ‘야식 증후군’이라 정의했다. 야식 증후군은 호르몬 작용 때문에 일어나는데, 근본적인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혈청 코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가 되는데, 이 호르몬은 잠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과 식욕을 낮추는 렙틴을 억제한다. 즉 혈청 코티솔이 분비가 되면 잠이 안오고 식욕이 올라간다. 밤이 되도 잠이 오지 않고 배가 고프면 당연히 뭔가를 먹는다. 야식 증후군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슬픈 결과물인 셈이다.
야식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
그렇다고 야식을 포기하기는 어렵다. 이미 생활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 야식을 밤 간식 정도로 바꾸는 거다. 치킨은 한두 조각으로 참는다거나, 피자는 반 조각만 먹어 보자. 라면을 반만 끓이는 것이 어렵다면 면을 한 번 삶아 물을 버린 뒤 끓이는 방법을 권한다. 면발을 튀겼던 기름이 사라지면서 열량이 100~150kcal나 줄어든다. 물론 당연히 맛은 없어진다.
만족감이 없다면 정말 절실할 때만 먹는 방법은 어떨까. 야식을 매일 같이 먹지 않는 이상 사실 건강에 큰 이상이 오지는 않는다. 2006년 한림대 연구팀이 야식경향과 건강 위험 요인과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20~30대의 젊은 사람이 야식을 많이 먹지만, 야식과 비만이나 고지혈증, 고혈당 같은 질병이 크게 연관을 보이지는 않았다. 야식을 찾는 사람은 20~30대인데, 이들이 야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오랫동안 야식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면, 치킨, 피자와 같은 야식을 장기적으로 먹는다면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다. 건강에 안 좋다는 고지방, 고염분, 고당분의 삼박자를 모두 갖춘 야식이다. 굳이 저 세 가지 음식이 아니더라도 흔히 야식이라고 말하는 메뉴는 대부분 고지방, 고염분, 고당분 음식이다. 만약 야식이 현대인이 피해갈 수 없는 호르몬 현상이라면 메뉴는 좀 바꾸는 것이 좋겠다. 치킨은 아주 가끔, 조금만 먹고 말이다.
글 : 오가희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