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대전협 로고[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논의와 관련해 "부실한 데이터와 정책적 비약에 기반한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논의 과정과 결과가 학문적 타당성을 결여했다는 주장이다.
대전협은 30일 입장문을 내고 "추계위는 과학적 모형을 표방하고 있으나, 의료 현장의 본질적 변수를 배제한 자의적 상수 설정에 의존하고 있다"며 "부실한 데이터에 근거해 의대 정원 확대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정책 신뢰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대전협은 특히 추계위가 의료 현장의 실제 업무량과 실질 근무일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근무일수 가정의 소폭 조정만으로도 의사 수급 전망이 '부족'에서 '과잉'으로 뒤바뀌는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현재 수급 모델이 취약한 가설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인공지능(AI) 기술 도입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의사 1인당 진료 역량 확대를 공급 증가 요인으로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성 향상을 배제하거나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책정한 것은 특정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통계적 왜곡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수급 추계의 핵심 지표인 FTE(Full-Time Equivalent) 산출 과정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관계기관 협조 지연으로 기초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실측 데이터가 아닌 간접 추정에 의존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과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요 감소 가능성도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수련 여건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대전협은 "인력 양성 규모 결정은 단순한 수치 계산이 아니라 교육 인프라와 수련 현장의 수용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며 "교수진 확보나 수련 환경 개선에 대한 실질적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2024·2025학번 통합 문제로 학년별 학생 수가 최대 4배까지 늘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교육 환경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정부를 향해 "과학의 외피를 쓴 부실한 추계 결과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며 "현실을 왜곡한 채 학문적 타당성을 상실한 정책 결정은 이전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와 다르지 않다"고 성토했다. 이어 "불확실한 미래 인력 배출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보상 체계의 근본적 개선 등 본질적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