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간접수출 적법성 여부를 두고 국내 제약사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벌이고 있는 법적 분쟁 2차전의 첫 번째 결과가 조만간 나올 전망이다.
대전고등법원은 식약처가 메디톡스를 상대로 제기한 '품목허가 취소 등 취소' 항소심의 변론을 지난 25일 종결하고 오는 6월 13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심에 이어 2심 판결도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제약사 중 메디톡스가 가장 먼저 받게 됐다.
이번 항소심이 접수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변론 종결까지 8개월, 판결선고까지 10개월 가량 소요된 것인데, 2년 8개월이 걸린 1심과 비교하면 소송 기간이 3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쟁점 다툼과 재판부의 고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2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대전지방법원에서 진행한 메디톡스와 식약처 사이의 1심 재판은 메디톡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관련 법령이 '수출'에 대해 특별히 규정하지 않은 만큼 직접 수출과 간접수출 모두를 포함하는 의미로 해석했다. 약사법은 여러 차례의 개정을 통해 '수출'을 약사법 규율 범위에서 완전히 제외했고, 통상적으로 업계에서 이뤄지는 간접수출에 관해 특별히 규율 대상으로 계속 남겼다고 볼 만한 규정이 없어 간접수출을 '판매'로 해석해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식약처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들어 "국내에서 의약품이 유상으로 양도된 이상 양수인이 수출 목적으로 양수했다 하더라도 국내에서 양도 행위 자체는 약사법상 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판례는 제조업자가 아닌 피고인들이 수출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국내 불특정 다수에게 의약품을 판매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메디톡스의 간접수출 행위는 수출업자로부터 수출 목적의 의약품을 주문받아 대외무역법령 구매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수출용으로 제조 및 포장한 의약품을 수출업자에게 공급한 사안인 만큼, 의약품을 국내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한 사건을 다룬 기존 대법원 판례를 원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전고법이 메디톡스 소송의 판결선고일을 지정하면서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제약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이번 판결이 후속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실제 보툴리눔톡신 제제 간접수출 관련 1심 소송은 모두 제약사들의 승소로 끝났다. 가장 먼저 승소 판결을 받아낸 메디톡스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현재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간접수출'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아 식약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제약사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엔씨,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휴온스바이오파마 등 7곳이다.
이들 제약사는 그동안 국내 무역회사를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간접수출' 방식으로 해외에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공급해 왔다. 수출용 제품인 만큼 이 과정에서 국가출하승인은 따로 받지 않았는데, 식약처는 2020년 메디톡스를 시작으로 제약사들의 이러한 행위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국내 무역업체에 제품을 공급한 것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제품을 판매한 행위와 같다는 것이 식약처의 주장이다.
관련 제약사들은 "수출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를 일관되게 해온 식약처가 돌연 입장을 뒤집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 같은 첨예한 대립은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